분류 전체보기124 아케이드 파이어의 매그넘 오푸스, 음반 <Funeral> *주의: 음알못임* 첫 곡부터 사람을 휘어잡는 앨범들이 간혹 있다. 그 정도가 너무나도 강렬하고 빛이 나서 후속 트랙들이 첫 트랙과 비교되고, 첫 트랙의 후광에 가려지는 음반들 말이다. 당장 생각나는 음반은 테임 임팔라의 Currents와 clipping.의 Visions of Bodies Being Burned(얘는 두 번째 트랙)이 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아케이드 파이어의 Funeral도 그렇다. 유독 그렇다. Neighborhood #1 (Tunnels) 첫 트랙인 Neighborhood #1 (Tunnels)는 아마도 아케이드 파이어 커리어에서 가장 위대한 곡이 아닐까 싶은 강한 인상을 준다. 마음 속 깊은 슬픔까지 끄집어 내지르는 듯한 윈 버틀러의 보컬과 챔버 팝 특유의 아련한 분위기를 .. 2024. 6. 16. 영원한 순간이거나, 순간이 영원하거나, 지구 최후의 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꿈 같은 영화들이 있다. '인셉션'같이 꿈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닌, 영화 자체가 꿈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것들 말이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들이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이 대부분 게임 LSD스러운 기괴한 악몽 같긴 하지만 말이다. '지구 최후의 밤'은 그 어떠한 영화보다도 '몽환'이라는 단어에 가깝다.'지구 최후의 밤'이 조명하는 대부분의 것은 낡은 인공물이다. 그리고 이를 시간의 흐름에 먹혔다는 듯이 조명한다. 쇳덩어리는 녹슬고, 시멘트 벽은 무너져있고, 건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여기에 밤과 각기 다른 색의 네온틱한 빛을 더하면 '지구 최후의 밤'의 비주얼이 완성되어 있다. 마치 오래된 장벽에 붙은 이끼를 숲처럼 접사.. 2024. 6. 15. 색이라는 관점에서 본, 영화 <박쥐>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가 독특하고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저명하다. 그의 연출 또한 뭐라 말하기 어려운 추상성이 강한데, 그 중 가장 박찬욱 감독의 색깔이 진하게 드러나는 영화가 박쥐이다. 여과없는 폭력성과 맥시멀리즘에서도 미니멀리즘에서도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미장센, 그리고 정서경 각본가의 각본이 얹어져 나온 핏물 덜 빠진 날고기 같은 영화이다.박쥐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것들은 색이다. 상현으로 대표되는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태주로 묘사되는 야경에 녹아든 푸른 톤과 파란 의상들, 뱀파이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핏빛 붉은색이 그렇다. 흰색은 주로 깨끗함과 순결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지만, 박쥐에서의 흰색은 욕망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 2024. 6. 15. 스티븐 스필버그의 (상징적인)시작점, 영화 <미지와의 조우>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미지와의 조우'는 딱 봐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면 만들지 못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SF장르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과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에 대한 충격, 그리고 말미에 흩뿌려지는 낙관주의까지 모두 스필버그 재질의 질감이 느껴진다.스필버그스러움이 가장 빛나는 지점은 바로 초반부 로이가 처음 UFO를 조우하는 시퀀스와 후반부 거대한 우주선이 등장하는 시퀀스라고 볼 수 있다. 초반부 장면은 스필버그의 서스펜스적 가미 요소가 뛰어난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길에 정차한 로이의 차와 따라오는 뒷차에 대한 트러블을 보여주고 한 번 더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상향등(이라고 추정되던 무언가)이 위.. 2024. 6. 15. 우연이란 양날의 검으로 미식을 만들어 내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우연과 상상>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우연성은 영화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야기를 쉽게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사용되기도 하며, 적절하게 사용하여 영화의 미학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통 전자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데스 큐어'가 대표적이다. 이야기가 좀 어렵게 흘러갈 것처럼 보이면 우연성을 사용한다. 그리고 후자는 긍정적인 의미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의 리와 랜디의 만남이 이에 속한다. 우연과 상상은 우연성 자체를 영화 속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활용해 뛰어난 영화적 미학을 선보인다.우선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단 2편 밖에 보지 않았지만, 하마구치 류스케의 재능은 각본과 이를 활용.. 2024. 6. 15. 영화의 저점을 보았습니다,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원래 이런 영화를 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늘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셸 쇼크와 함께 거품을 문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간단하다. 왜 망한 영화인가. 남들이 망했다 망했다 해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본인의 철학인지라 직접 봐야 했고, 망한 영화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직접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클레멘타인이나 리얼 정도의 영화로만 생각하고 영화를 틀었다.한국 영화계를 작살낼 뻔한 장본인을 직접 마주하고 나니 충격이 크다.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을 만큼이나 처참하다. 어떤 관점에서 영화를 보든 저점을 갱신하는 작품이다. 이야기.. 2024. 6. 15. 추상성이란 세계에서 카메라가 살아남는 법, 영화 <욕망>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은 딱 봐도 어려운 영화다. 고전적인 풍미가 가득하고, 무슨 내용인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등장인물들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고, 뭔가 희미하게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미장센은 혼란을 안겨주기엔 충분하다. 그렇다보니, '욕망'에 대한 관점이 카메라 안이 아닌 바깥으로 나가야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욕망'은 충동적이다. 극의 진행과정도 그렇고, 등장인물들도 그렇다. 추상화도 그렇다. '욕망'은 카메라가 추상성을 담아낼 수 있느냐에 대한 영화처럼 보인다. 추상적이라는 것은 이미지화 하기 쉽지 않다. 사람의 뇌에서 나온 무언가를 그림으로 담아낼 순 있겠지만, 1966년의 당시에는 카메라로 이루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2년 뒤에 .. 2024. 6. 15. 새로움 보단 근본에 가까운,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전쟁 영화하면 생각나는게 뭐가 있는가. 전면전 묘사와 순식간에 고깃덩이가 되어버리는 동료, 무능한 상관과 멍청한 명령, 끊임없는 살육이 만들어내는 광기와 공포가 전쟁영화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 영화가 갖출 모든 것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전쟁영화가 나와있고, 수많은 클리셰가 난무하지만,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그 클리셰도, 그 메시지도, 그 이미지도 모두 착실하게 수용해 스크린으로 내보낸다. 그것도 매우 모범적으로 말이다. 그렇다. 어쩌면 그냥 흔해 빠진 전쟁 영화 1로만 남았을 수도 있었을 이 영화는 당당하게도 성공한 리메이크작이라는 라인업에 올라갈 만한 작품이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흔한 전쟁영화의 요소를 가.. 2024. 6. 15. 이창동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보여줘야 할 영화, 영화 <박하사탕> 재리뷰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늘 하는 생각이지만, 이창동의 장편 영화가 6편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중범죄나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이창동의 필모그래피가 굉장하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6편은 너무 적다. 이창동의 영화들은 불편하면서도, 지긋이 앉아 상황을 조용히 노려보는 듯한 힘을 가졌다. 어찌 보면 한국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포지션이 아닐까 한다. 물론 연출적인 차이점이 크긴 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시작한 만큼, 고레에다의 영화는 영상으로 거의 모든 것을 이루어낸다. 그것도 과한 기교 따위 없이도 말이다. 누군가와의 거리감을 표현할 때도 그렇고, 감정을 스크린에 녹여 낼 때도 그렇다. 영화라는 매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어떤 위치의 정점에 올라와 있는.. 2024. 6. 15. 이전 1 ··· 5 6 7 8 9 10 11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