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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평생을 함께 할 앨범, 음반 <In Rainbows> *음알못인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사실 In Rainbows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다. 라디오헤드의 앨범뿐만 아니라, 모든 앨범을 통틀어서 말이다. 독특한 리듬감과 어딘가 허전한 듯한 일렉트로니카 감성이 담긴 15 Step, 다수의 기타가 얽히고설켜 굉장한 밀도를 자랑하는 Bodysnatchers부터 묵직한 사운드들을 바탕으로 한 All I Need를 거쳐 라디오헤드의 전통과도 같은 '우울한 분위기의 마지막 트랙'인 Videotape까지, 직접 무지개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이 앨범의 모든 1분 1초를 사랑한다. Nude 앨범을 관통하는 요소는 '공간감'이다. Nude에서의 공간감은 어떤가.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신비함을 덧대는 앰비언트 사운드로 곡을 만들어낸다. 주선율은 오직 .. 2024. 6. 15.
에드워드 양의 도시 읽기, 영화 <타이페이 스토리>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여태껏 2개 봤는데, 하나는 다른 대만 뉴웨이브 신예 감독들과 함께한 광음적고사와 도시적 서늘함이 돋보이던 공포분자였다. 둘 다 보고 느낀 점에선, 모든 카메라가 철저한 계산하에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얼떨결에 얻어걸린 장면은 하나도 없고, 수학 공식이나 훌륭한 코딩의 결과물처럼 의도대로 담긴 장면들의 연속이 에드워드 양의 연출 방식이자 그의 철학과도 같은 게 아닐까 싶다.타이페이 스토리도 그의 작법이 담긴 영화다. 일상적인 대화에서조차 모습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도시와 과거를 거부할수록 과거에 집착하는 아룽, 인간관계 속 공허감에서 허우적댈수록 더 깊게 빠져든다고 느끼는 수첸, 그리고 이를 숨 막힐 정도로 빡빡하게 담아내는 카메.. 2024. 6. 15.
큐브릭과 스필버그의 감수성이 닿은 결과, 영화 <A.I.>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볼 때마다 우는 영화가 있다. 분명히 봤던 영화인데 똑같은 장면에서 체내 속 수분을 낭비하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가 그렇다. 그리고 내게 이런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유일한 영화이다.A.I.는 여타 다른 SF 영화가 그렇듯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관객에게 생각하게끔 만든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기계를 만들면 인간은 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과연 그들이 온전히 우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그렇다. 하지만 A.I.는 앞서 내놓은 질문에 대한 대답보단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끝을 내려버린다.A.I.의 결말은 어떻게 보면 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갑작스레 2000년 후의 지구를 비추며 데이빗의 해피.. 2024. 6. 15.
켄 로치는 아일랜드를 어떻게 보았는가,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켄 로치의 영화가 영화계에서 호의적인 평을 듣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사실 켄 로치의 영화를 이번에 처음 봤다. 켄 로치는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에 보게 된 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이다.은 영화 전체적으론 건조함이 깔려있지만, 감정적이고 고온적인 관점에서 시작하여 점차 이성적이고 차갑게 식어가는 영화이다. 벨파스트 협정 이전까지는 영국군과 아일랜드 측의 대립으로 영국군의 악행들을 여럿 묘사해나가는데, 이 묘사가 상투적인 표현이라 어떨 때는 한국 영화에서 흔히 시도하는 감정을 앞세운 연출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벨파스트 협정 이후에 영화는 아일랜드를 어떻게 대할까. 관객을 아일랜드의 편으로 이끌던 영화가 점차 냉소를 통해 아.. 2024. 6. 15.
지금의 핑크 플로이드를 만들어준 초석, 음반 <Meddle> *음알못인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앨범의 사운드가 아닌 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초창기의 핑크 플로이드는 시드 배릿의 진두지휘 아래 사이키델릭 락 밴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지만, 2집 이후엔 시드 배릿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시드 배릿은 핑크 플로이드의 일원이 아니게 되었다. 시드의 탈퇴 이후 밴드는 여러 장르적 결합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핑크 플로이드의 방향성을 정착시킨 건 아니다.1969년, 붉은 왕 바알제붑이 프로그레시브 락이라는 왕국을 세웠다. 엄밀히 말하자면 프로그레시브 락은 이미 어렴풋이 존재하긴 했으나, 정립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프로그레시브 락의 개천절은 킹 크림슨의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이 발매된 날이 되었다. 그리고 1971.. 2024. 6. 15.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누구인가, 영화 <송곳니>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영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될 이름이 있다. 콜린 패럴... 이 주연으로 나왔던 '더 랍스터'와 '킬링 디어'를 만들어 낸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그 이름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극한으로 절제된 감정과 먼지 한 톨까지 계산한 듯한 깔끔한 세트, 이와 대조되는 기괴한 이야기와 과격한 묘사가 그런 것이다. '송곳니'는 앞 문장에 부합하는 영화이다.영화는 갖다 버린 언어의 사회성과 필름 그레인의 거친 질감으로 시작한다. 단박에 이 영화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첫 시퀀스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후의 장면들보다도 더 인상 깊은 장면들로 머릿속에 남아있다.개에 대한 메타포가 눈에 띈다. 영화의 영제가 Fang이 아닌 Dogt.. 2024. 6. 15.
시대의 전설이 전해주는 자전적인 이야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서론 가능하지 못하리라고 했던 무언가가 현실로 이루어지면 어떠겠는가. 의 개봉은 내게 그런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화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한 지 약 7년이 되었다. 본 영화는 800편이 넘어갔고, 그중 별 5개를 부여한 작품은 40개이다. 비율로만 따지면 많은 작품에 별 5개를 줬는데, 그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만 4개이다. 자연스럽게 하야오 감독의 새 작품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갔고, 오늘 소원이 이루어졌다. 여러분들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 작품을 얼마나 고대해 왔는가.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솔직해져야겠다. 첫인상이 굉장히 당혹스러운 건 인정해야겠다. 하야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 영화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렇다 보니 당최 어느 측면으로.. 2023. 10. 26.
아버지와 지옥 그리고, <화란> 서론 평소에 느와르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는다. 내 개인적인 영화 취향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코르네토 삼부작 같은 영화에 열광하다 보니, 거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듯한 느와르 장르에 대해선 손이 잘 안 간다. 그렇다고 안 본다는 건 아니고. 좋은 작품이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 그렇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본론 은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나는 듯한 영화다. 비교 대상으로 적절하지는 않지만 로버트 에거스의 가 온갖 해초에 휘감겨 좌초된 생선에게서 나는 비릿한 냄새라면, 은 새벽녘 저수지에서 건져 올린 민물고기를 손질하고 버린 내장에서 나는 듯한 비릿함이 느껴진다. 그만큼 은 날것의 질감이 확실한 영화다. 그렇다고 뜨겁게 폭주하지도 않는다. 표면은 잔잔하지만 표면 아래는 경.. 2023. 10. 12.
그래도 SF 장르에 충실한, <크리에이터> 후기 서론개인적으로 SF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미래의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스크린에 녹아드는 것을 항상 동경해 왔고, 세계관과 함께 풀어헤쳐지는 주제 의식들의 존재를 주의 깊게 보는 걸 좋아했다. 는 그러한 선대 SF 영화의 계보를 잇는 듯한 영화처럼 보였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를 굉장히 만족해하며 봤던 지라 이번 작품도 궁금했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본론가 제공하는 비주얼은 성공적이고, SF 영화의 역사를 총망라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도시적 배경에는 를, 고전적이고 로보틱한 디자인에서는 시리즈를, 그와 동시에 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들도 보인다. 이 모든 게 매끄럽게 어우러져 훌륭한 영상미를 뽑아내며, 정통 SF 영화라는 역할을 .. 2023.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