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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앨범

아마도 평생을 함께 할 앨범, 음반 <In Rainbows>

by 2월56일 2024.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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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알못인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사실 In Rainbows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다. 라디오헤드의 앨범뿐만 아니라, 모든 앨범을 통틀어서 말이다. 독특한 리듬감과 어딘가 허전한 듯한 일렉트로니카 감성이 담긴 15 Step, 다수의 기타가 얽히고설켜 굉장한 밀도를 자랑하는 Bodysnatchers부터 묵직한 사운드들을 바탕으로 한 All I Need를 거쳐 라디오헤드의 전통과도 같은 '우울한 분위기의 마지막 트랙'인 Videotape까지, 직접 무지개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이 앨범의 모든 1분 1초를 사랑한다.

 

Nude

 

앨범을 관통하는 요소는 '공간감'이다. Nude에서의 공간감은 어떤가.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신비함을 덧대는 앰비언트 사운드로 곡을 만들어낸다. 주선율은 오직 톰 요크의 보컬로만 채워낸다. 한마디로, 중간을 채워내는 무언가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허전함은 남은 공간을 메워간다. 촛불 하나가 암실을 은은하게 밝히는 듯한 곡이자, 사실 비어있는 방은 공기로 가득 차 있음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Weird Fishes/ Arpeggi

 

Weird Fishes/ Arpeggi에선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한 청자에게 방향성을 제공한다. 소리를 하나씩 채워가며 여백을 메우다가도 한순간에 대부분의 악기를 중단시키고 다시 재작동하는 쾌감은 라디오헤드가 선사하는 공간감의 극단이자, 동시에 앨범의 전체적 분위기를 제시하는 훌륭한 기술임을 시사한다.

 

Reckoner

 

Reckoner는 앨범 내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위치에 있다. 깨지는 듯한 타악기와 다수의 허밍, 톰 요크의 가성이 곳곳을 메워내지만, 따로 떼어 내보면 가장 공허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사운드들이다. 이 모든 공허함이 합쳐져 겹겹이 쌓인 입체성을 만들어내는 역설을 귀로 듣는 재미는 누군가에겐 충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House Of Cards

 

House Of Cards는 Nude에서 이어진 감정선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다만 그 암실이 배로 더 넓어졌고, 초 대신 백열전구가 켜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Nude와 차별화되는 요소는 바로 에코이다. 기타에서나, 보컬에서나 에코 효과를 집어넣어 더 넓은 공간감과 입체성을 제공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In Rainbows는 공간의 다각화된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굳이 공간의 빈 부분을 메우려 하지도 않고, 가득 들어찬 여백을 들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허한 이미지는 완성적이고, 빽빽한 밀도조차 과하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것들을 조명하며 지적인 미학을 부각한다. 의도된 사운드들이 머릿속 틈 사이사이에 침투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결국 Jigsaw Falling Into Place에 다다르고 나선 앨범 아트처럼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두개골 안에서 터져나가는 듯한 감정을 받게 된다. In Rainbows의 위치는 앨범이 발매되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확고하고, 그 어떠한 음반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내 기준에선 그렇다.

 

이미지출처: https://bendodson.com/projects/itunes-artwork-f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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