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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앨범

나인 인치 네일즈가 선사하는 자기파괴의 미학, 음반 <The Downward Spiral>

by 2월56일 2024.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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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음알못임


영화 사운드트랙에 관심이 있다면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에겐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최신작 <챌린저스>, 픽사의 <소울>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낸 인물들로 유명하다. 음악계에서는 그들은 나인 인치 네일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뭐, 게임 <퀘이크>를 해본 사람들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 아니 당시엔 트렌트 레즈너만 나인 인치 네일즈였으니까, 아무튼 나인 인치 네일즈의 2집 The Downward Spiral(이하 TDS)은 위에서 언급한 듀오의 영화 음악을 생각하고 듣기엔 거리감이 있다(특히 <소울>). 아니, 트렌트 레즈너는 원래 이런 음악을 하던 사람이다. TDS는 순수한 락이라기엔 거리감이 느껴지는 전자향이 진동하고, 앨범 커버처럼 녹슨 쇠의 질감이 뇌 속을 강타한다. 듣기만 해도 파상풍에 감염되지 않을까 싶은 청각적 폭력을 선사한다(나쁜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음악의 폭력성이 바깥으로 발산하기 보다 안쪽으로 파고 드는 듯해, TDS가 내세우는 자기파괴적 폭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이런 음악적 재질에 익숙하지 않으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정교하게 배치된 사운드들의 음침한 매력이 청자를 붙잡아 놓고 배덕감을 느끼게 한다. 

 

인더스트리얼. 사실 이 장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시피 해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일 수 없다. 전반적으로 해체주의적 시각과 크라우트록에서 시작한 음악이라, 사운드의 가공성보단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원초성이 앞선다. TDS를 듣다 보면 이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장르가 어떤지 대충 감이 잡히는 듯하다. 

 

TDS는 표면적으로 들리는 형태만큼이나 가사의 음울함과 파괴성이 돋보이는데, Heresy에선 신이 죽었다며 조롱하고, Big Man With A Gun에선 자기 과시적인 무자비함을 내비치며, Eraser에 도착해선 자신을 죽여달라며 절규한다. 원래 음악을 다룰 때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TDS는 컨셉트 앨범이기도 하고, 트렌트 레즈너의 악담이 과격한 멜로디에 착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라 가사를 빼놓고 이야기 하긴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제일 이질적인 곡은 A Warm Place도 아닌 Hurt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앨범의 주제를 꿰뚫어버리는 곡이기도 하고. Hurt는 앞선 곡들과는 다르게 화자 자체도 다르고, 앨범의 자기파괴적 주제하고도 상반되는 주제이다. 이를 맨 마지막에 배치해 앨범의 반전적인 면도 선사하고, 결과적으로 트렌트 레즈너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트렌트 레즈너는 음악으로 조롱과 파멸감을 안겨줄 의도가 없었다. 결국 각자 알아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낼거란 사실을 믿고 있었을 뿐이다.

 

Heresy

 

Big Man With A Gun

 

Eraser

 

Hurt

 


앞으로 인더스트리얼 장르에 대해 얼마나 더 디깅을 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The Downward Spiral은 본인의 음악적 견해의 일부분을 확장시킨건 명확한 사실이다.

 

이미지출처:https://bendodson.com/projects/itunes-artwork-f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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