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볼 때마다 우는 영화가 있다. 분명히 봤던 영화인데 똑같은 장면에서 체내 속 수분을 낭비하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가 그렇다. 그리고 내게 이런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유일한 영화이다.
A.I.는 여타 다른 SF 영화가 그렇듯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관객에게 생각하게끔 만든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기계를 만들면 인간은 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과연 그들이 온전히 우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그렇다. 하지만 A.I.는 앞서 내놓은 질문에 대한 대답보단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끝을 내려버린다.
A.I.의 결말은 어떻게 보면 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갑작스레 2000년 후의 지구를 비추며 데이빗의 해피 엔딩을 조명하니, 누군가에겐 당혹스러운 진행이 될 것이다. 뭐, 난 이 결말을 우울할 정도로 좋아한다. 영화의 엔딩은 다시 한번 관객에게 묻는다.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두 눈으로 보고도 데이빗을 차디찬 바닷속에 내버려 둘 것인가', '여러분들이 어릴 적 읽었던 피노키오의 결말은 정말 이런가'라고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은 현실적이어야 한다'라고 하는 어른들의 생각을, 큐브릭과 스필버그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데이빗이라는 한 아이가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을 뿐이다.
A.I.는 그렇다. 화두를 던질 때는 꼿꼿이 서서 냉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관객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눈높이에 맞춰 수그려 앉아 감정을 움직이는 영화다. 그렇기에 카메라의 과노출은 비현실적이고, 피노키오에서 가져온 동화성과 메타포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가 알게 모르게 우리가 숨겨놓은, 우리에게 숨겨진 감성적인 영역에 스며들어 잊을 수 없는 감정을 안겨준다. 스필버그와 큐브릭은 SF 장르는 냉정하고, 저온적이고, 토론에 쓸만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이들에게 '왜?'라고 반문하며 SF 장르의 서정성을 그려냈다. 그리고 이 두 감독은 그 누구도 닿지 못한 서정성의 깊이에 도달했다. 스필버그라서 가능했고, 큐브릭이라서 놀라웠다.
★★★★☆ <4.5 / 5.0>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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