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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음악이 가진 힘이란, 영화 <원스>

by 2월56일 2024.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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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Glen Hansard, Marketa Irglova - Falling Slowly

 

존 카니의 영화는 2편밖에 보지 않았는데, 하나는 그 유명한 <비긴 어게인>이고, 다른 하나는 <싱 스트리트>였다. 뭐, 따지고 보면 <원스>를 정말 늦게 본 편이긴 하다. 아무튼 존 카니 감독의 영화들은 대부분이 음악에 관련된 영화들이다. 그리고 그 음악의 힘을 감정을 움직이는 마법처럼 사용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실력 있는 연출가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원스>에서도 음악은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이다. <원스>에서의 음악은 이후 작품들보다 훨씬 돋보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바로 시각과 청각의 충돌을 다시 합일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원스>에서의 카메라는 상당수 핸드헬드로 이루어졌으며, 영상의 화질 또한 캠코더 같은 저화질이고, 인공적 조명이라곤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은 아마추어처럼 보일 영상들의 연속이다. 어쩌면 급하게 찍어낸 대학생들의 과제용 다큐멘터리처럼도 보일 지경이다. 바로 이 의도적인 연출 포인트에서 인디 싱어송라이터적인 특징을 끌어올리는데, 인디스러움의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을 사로잡는 듯한 묘한 이끌림을 극대화시킨다. 

 

여기에 주인공들의 음악이 시작될 때에는, 서투른 화면과는 다르게 너무나 선명하게 귀에 꽂힌다. 시각적 측면에선, 화질이 좋지 않은 데다가 군데군데 디지털 줌이 끼어들지만, 청각으로 전해지는 그들의 음악은 음원을 좋은 스피커로 틀어놓은 것처럼 생생하게 들린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다가 훌륭한 버스킹을 우연히 목격해 홀린 듯이 빠져드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공연과는 거리가 있는 주위 환경이나 화면 세팅은 더 이상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저 음악과 본인만 남는 듯한, 주술 같은 경험이다. 다시 말해 앞서 언급한 시각과 청각의 충돌은 캠코더스러운 영상과 선명한 음질의 부조화이고, 음악은 이 괴리로 생긴 순간적인 거리감을 다시 이어놓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낸다. 존 카니 감독은 음악이 그런 접착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이는 명백한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렇기에 <원스>의 'Falling Slowly' 시퀀스는 별 다른 기교가 없음에도, 뇌리에 강하게 꽂혀 완벽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음악이 선사하는 감화성이 제대로 발휘되는 시퀀스다.


★★★☆ (3.5 / 5.0)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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