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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더 이상 에이리언 시리즈는 놀랍지 않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by 2월56일 2024.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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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본인은 이 시리즈에 애착이 있는 편이다. 1편에서 제공하는 예측불가능한 미지에 대한 공포감, 2편에서의 화끈한 액션의 연속, 제한적인 상황이 돋보이던 3편, 몽환함과 기괴함이 돋보이는 4편, 창조물과 피조물의 관계를 (성공적이진 않지만)에일리언에 엮어낸 프리퀄 시리즈까지. 일관적이진 않지만 저마다의 특색이 분명한 건 사실이다. 동의하긴 어렵겠지만, 본인은 이러한 비일관을 이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 본 결과물들이 나왔고, 그게 인상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로물루스>의 문제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일단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할 작품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시리즈의 특징인 딱딱한 함선 내부와 유기체의 대립이 만들어내는 불쾌한 충돌, 전작들의 오마주가 가득하며, 본인도 그렇고 팬들이 원하던 호러물로의 귀환, 그것도 1편에서 느껴진 미지에 대한 공포에 '그나마' 가까웠기 때문이다. 2편의 비숍같다가도 모듈 하나로 첫 작의 애쉬나 프리퀄 시리즈의 데이빗처럼 순식간에 낮설어지게 된 앤디나, 후반부 모습을 보기 전까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케이의 태아가 그렇다. 게다가 등장인물들 모두 감정에 휘둘리는 행동을 함에도 그 당위성을 충분히 깔아놔 소위 말하는 '발암'행동으로 보이지 않고, 던져놓은 떡밥에 대해 충실히 회수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지키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단일 영화로서의 독립성은 부재한다는 것이다. <에이리언 시리즈>하면 생각나는 요소를 모두 집어 넣고 충분하게 경의를 표하지만, 이 영화만이 가진 독특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면, 제노모프와 그 생태계를 대하는 모습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사실상 <에이리언 시리즈> 각 영화들이 가진 색채와 기이한 에너지는 이를 대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1편에선 압도감, 2편에선 잡몹, 3편에선 확고한 대립구도, 4편에선 몽환성과 신비성, 프리퀄 시리즈에선 생태계의 기원처럼 하나의 일관적인 시선을 통해 이를 조명했지만, <로물루스>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작의 제노모프는 압도적이다가 잡몹으로 변하고, 대립구도도 특별하진 않으며 신비스럽지도 않다. 
 
그렇다. <로물루스>에서의 제노모프는 어정쩡한 절대적 존재이다. 초반의 제노모프는 마치 코스믹 호러적 존재처럼 보이지만, 케인의 자식을 잡는데에 군인들이 개고생했다는 룩의 언급이 무색하게도 후반에 돌입하면 많은 수의 제노모프가 펄스 라이플 한 자루에 썰려나간다. 물론 2편에서도 그렇지만, 2편은 고유한 방향성이 확고하여 이 요소가 그닥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로물루스>는 호러물로의 회귀를 선언했고 호러물의 성격을 강하게 띄지만, 제노모프와 그 생태계를 호러 요소를 위한 소모품으로만 다룬다. <프로메테우스>나 <커버넌트>도 유사한 문제를 가졌다. <로물루스>와는 다르게 제노모프를 주제 부각을 위해 희생시켰다는 것이지만. 아무튼 이 시리즈의 진 주인공은 제노모프이다. 제노모프는 단순 호러적 소모품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최신작 보단, <라이프>와 같은 SF 괴수 호러 장르 영화 중 하나처럼만 보이고, 단순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의 DLC처럼만 보인다.
 
조금 혼란스럽고 허탈하다.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에서만 묻어나오는 코스믹 호러적 특유의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그냥 흔한 호러장르 영화의 맛에 가까웠다.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은 나온지 5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SF 괴수 호러영화는 많이 나왔고, <에이리언 시리즈>만의 신비감 또한 프리퀄 시리즈에서 제노모프의 기원을 다루느라 많이 죽어버렸다.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 때문인 것일까. <로물루스>가 충실히 보여주는 시리즈의 상징적인 장면들은 더 이상 놀랍지 않고, 무섭지 않다. 새롭게 준비한 케이의 태아 또한 막상 그 존재를 마주했을 땐 4편의 뉴본 에일리언과 프로메테우스의 엔지니어를 섞어놓은 모습이라 기대만큼 압도적이진 않았다.
 
1편의 향수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차라리 게임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을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총평

1. 전작의 오마주 가득, 시리즈 중 가장 1편의 색깔에 가까운 편임.
2. 위의 요소에만 집중하느라 <로물루스>만의 개성은 없음, 마치 임팩트 없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보는 것 같음.
3. 그래도 장르적으로나 시리즈 정체성으로나 성공한 모습이 보이긴 함.

 

★★☆+ (2.5 / 5.0)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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