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은 신선한 영화였다. 정확히 말하면 스릴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냈기보단, 뻔하게 변해가던 스릴러 시장에 다시 숨을 불어넣은, 리프레시의 역할을 해낸 영화였다. 사실 이 시리즈의 설정은 독특한 것처럼 보이다가도, 금방 식상해지기 쉬운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존 크래신스키의 첫 감독 작은 그렇지는 않았다. 인물들이 처한 당장의 상황을 재치 있게 풀어나가는 연출과 살짝만 실수해도 중대한 설정오류를 범할 '소리'라는 소재를 영리한 방법으로 덮어내는 포장력(이 부분에 대해선 호불호가 있는 편이다.), 그리고 극한의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그 썅놈의 못도 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영화였다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선, 연출의 신선도는 여전했지만, 이야기의 측면에서 쉽사리 동의하기는 어려웠었다. 그리고 오늘 이 시리즈의 프리퀄인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이하 프리퀄)이 개봉하게 되었다. 이번 작은 다소 위험하고도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장소적 배경을 자연적인 감각이 넘치던 숲에서 인공적 감각으로 가득한 뉴욕으로, 서사적 기온은 차갑고 냉정한 온도에서 휴머니즘적인 따뜻한 온도로 오르게 되었다. 개인적으론, 이번 작품의 이러한 시도는 빼어난 성취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이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 되어버린 지라, 그 신선도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선 주어진 상황을 1편 못지 않게 탁월하게 풀어내는 기교를 선보였지만, 이번 프리퀄에선 장소의 배경이 변화했음에도 그 활용이 기막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지는 못한다. 상황을 처절하게 타개하는 모습보단, 상황에 수동적으로 엮여나가는 이미지를 더 보여줬기에 더더욱 그렇다. 차라리 미지의 공포감과 무력감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프리퀄만의 차별점을 택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서사적 색깔에 대해서 논하자면,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가 아니라면 나쁘지 않았겠지만, 이 시리즈라서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이 시리즈의 프리퀄이 나왔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인물 중심의 휴머니즘적 스토리를 기대하겠는가, 아니면 미지의 생명체를 조우했다는 공포와 대혼란이 빚어낸 극한의 재앙을 기대하겠는가.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편들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대신 영화는 관객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의 노선인 휴머니즘을 택한다. 시리즈와의 괴리감을 만들어 낸,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번 프리퀄은 시리즈로서는 그렇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진 못했지만, 그냥 영화 자체로는 평범한 정도였다.
★★☆ (2.5 / 5.0)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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