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사실 사회고발성 색채를 지닌 영화에 대해 쉽사리 이야기 하기 어렵다. 영화의 주제가 개인적으로 다루기엔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적 미학에 대해서만 얘기를 꺼내면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러기엔 사회고발이라는 주제가 해당 영화들의 근간에 너무 가까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한공주>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섣부르게 '잘 만들었다'라고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한공주>는 철저하게 주인공인 단일 인물의 시선만을 따라간다. 관객들은 천우희 배우의 연기를 통해 소녀의 시선을 그대로 전해받으며, 주인공 '한공주'의 심리를 그대로 공유받는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피해자 '한공주'의 관점이 아닌, '한공주'라는 한 소녀의 시각이 중심이 된다는게 영화의 형식적 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어야 할 소녀에게 가해진 극악의 폭력과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가 될 말을 꺼내는 어른들, 심지어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야 할 부모조차 그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소녀의 시선으로만 담아내어, 다른 이의 시선을 빌려 사건에 대한 울분을 영화가 앞장서서 토하는 대신 관객들 스스로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분노와 답답함의 정도는 여타 다른 직설적 어법을 가진 영화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이다. 보통 인물들의 관점이 다양해야 관객이 생각할 요소가 늘어나는데, <한공주>는 단일인물의 관점으로 이를 해낸다. 그러고보니, 사회고발영화에 관점이 다양해지면 오히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일차원적으로 보였던 적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그 영화들의 완성도 문제였을 수도 있다.
소녀의 어깨 위에 올려진 세계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겁고, 소녀에겐 휴대폰 진동조차 폭력이 되어버렸다. 일상생활 속 문득 상기되는 상처의 존재는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큰 고통이다. 어른들은 책임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이 끔찍한 이야기가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온 순수한 거짓말이었으면 하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영화 종반부의 응원이 닿았기를 소망한다.
★★★★ (4.0 / 5.0)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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