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원래 이런 영화를 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늘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셸 쇼크와 함께 거품을 문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간단하다. 왜 망한 영화인가. 남들이 망했다 망했다 해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본인의 철학인지라 직접 봐야 했고, 망한 영화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직접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클레멘타인이나 리얼 정도의 영화로만 생각하고 영화를 틀었다.
한국 영화계를 작살낼 뻔한 장본인을 직접 마주하고 나니 충격이 크다.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을 만큼이나 처참하다. 어떤 관점에서 영화를 보든 저점을 갱신하는 작품이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도 릴레이 소설급인 설정과 진행, 장르적으로 접근해도 도저히 감당 불가능한 오글거림과 유치함, 연출적 측면에서 접근해 봐도 몰입만 끊어먹는 게임 인터페이스의 연속과 무거워야 하는지 가벼워야 하는지 감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무게감, 이처럼 그 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영화다.
가장 끔찍했던 건, 세기말 감성이다. '그냥 요새 애들은 이런 거 좋아하겠지'라면서 욱여넣은 세기말 감성은 그때는 몰라도 지금은 지켜보기 힘들다. 특히나 영화 중반부, 마치 예전 뮤직비디오를 오마주한 듯한 시퀀스가 등장하는데, 이게 영화 속에 잘 녹아들면 몰라도 그냥 뜬금없고 이야기에 흡수조차 잘되지 않는다. 인터넷상에서 우리나라의 이상한 세기말 감성이 다시는 돌아와선 안 된다고 농담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이 영화를 보니까, 진짜로 돌아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가치는 뭐냐. 영화를 이렇게 찍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이다. 트렌드에만 집착해 제대로 된 통찰도 없이 타 매체를 가져와 대충 영화에 발라놓으면 어색함만 가중된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확실한 연출 포인트도 없이 '이렇게 해보자'라고 무작정 즉흥적으로 밀고 나간 컷을 붙여놓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요상한 매력이라도 존재했다면 컬트 영화로 남아있었겠지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컬트 영화로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다.
보는 내내 조롱당하고 모욕당하는 느낌이었다.
★ (1.0 / 5.0)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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