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우연성은 영화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야기를 쉽게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사용되기도 하며, 적절하게 사용하여 영화의 미학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통 전자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데스 큐어'가 대표적이다. 이야기가 좀 어렵게 흘러갈 것처럼 보이면 우연성을 사용한다. 그리고 후자는 긍정적인 의미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의 리와 랜디의 만남이 이에 속한다. 우연과 상상은 우연성 자체를 영화 속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활용해 뛰어난 영화적 미학을 선보인다.
우선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단 2편 밖에 보지 않았지만, 하마구치 류스케의 재능은 각본과 이를 활용하는 롱테이크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써내린 대사는 마치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자극성만 배제한게 아닐까 싶을 만큼 대사 그 자체가 주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대사가 주는 리얼리티와 이를 담아내는 조용한 롱테이크는 이야기를 전하는데에 최적화 되어있다. 마치 갑자기 누군가가 길 가던 사람 붙잡고 평범한 썰을 풀어내는데, 이 썰을 끝까지 듣고 가게 만드는 듯한 화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첫 챕터에서의 우연은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 우연으로 알게 된 전남친의 근황과 대면하고나니 올라오는 미련, 그리고 이를 놔주기까지의 과정이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만든다는 메이코는 전남친과 친구에게 아픔을 안겨주는 대신 그들을 응원하며 자리를 비켜준다. 마지막에 그녀가 찍는 도시의 모습은 그녀가 이때의 일을 발판삼아 성장했음을 보여주며, 이때의 감정 또한 잊지 않기 위해서고, 성장의 증거이기도 하다. 꽃봉오리였던 그녀는 꽃으로 개화한다.
두 번째 챕터의 우연은 붕괴를 일으켰고, 일으킬 수도 있다. 교수를 홀리기 위해 접근한 나오는 오히려 교수에게 모든 일을 토로하고 오히려 정서적 위로를 받는다. 은밀해야 할 매 순간의 공간이 개방되어있다는 점도 흥미롭고, 에로틱한 상황이 점진적으로 뒤집혀져가는 분위기 또한 일품이다. 그러나 한 순간의 실수와 우연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5년이 지나고 일을 사주했던 사사키를 우연히 만나고 여태껏 주지 않았던 입술을 건네는 나오, 이 두 번째 우연은 또 다른 붕괴를 암시하는게 아닐까.
세 번째 챕터의 우연은 추억을 완성하고 감정을 해소시켰으며, 두 사람 각자의 회복을 만들어낸다. 우연하게 만났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사실 만난 적이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원래 찾고자 했던 사람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서로에게 해가며 과거로부터의 구멍을 메운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만나고 싶었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 (4.5 / 5.0)
아마 이 글은 쓰다가 귀찮아서 저렇게 마무리 한 걸로 기억한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이라는 관점에서 본, 영화 <박쥐> (0) | 2024.06.15 |
---|---|
스티븐 스필버그의 (상징적인)시작점, 영화 <미지와의 조우> (0) | 2024.06.15 |
영화의 저점을 보았습니다,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0) | 2024.06.15 |
추상성이란 세계에서 카메라가 살아남는 법, 영화 <욕망> (0) | 2024.06.15 |
새로움 보단 근본에 가까운,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0) | 2024.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