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미지와의 조우'는 딱 봐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면 만들지 못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SF장르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과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에 대한 충격, 그리고 말미에 흩뿌려지는 낙관주의까지 모두 스필버그 재질의 질감이 느껴진다.
스필버그스러움이 가장 빛나는 지점은 바로 초반부 로이가 처음 UFO를 조우하는 시퀀스와 후반부 거대한 우주선이 등장하는 시퀀스라고 볼 수 있다. 초반부 장면은 스필버그의 서스펜스적 가미 요소가 뛰어난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길에 정차한 로이의 차와 따라오는 뒷차에 대한 트러블을 보여주고 한 번 더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상향등(이라고 추정되던 무언가)이 위로 솟구치면서 기이함을 자아낸다. 동일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관객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며 곧 이어질 상황에 대해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기교는 47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먹힌다.
후반부 외계인 모성의 등장은 어떠한가. 이전까지 그다지 크지 않은 UFO들의 등장의 연속은 신비함에서 익숙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익숙함으로 마무리 될 때 즈음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것이 바로 외계인 모성이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크기의 등장으로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아낸다. 그리고 모든 두려움이 종식되면서 이어지는 스필버그다운 결말은 미지의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공포 대신 희망을 부여한다. 개봉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굉장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아쉬운 면모도 존재한다. 굉장하다는 인상을 주는 후반부에 비해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 자체는 사실 흠결이 보이는 편이다. 맥거핀처럼 내던져진 로이의 가족이나, 전반부의 다중 플롯이 산만하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도 그렇다. 당시에는 어떻게 보였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렇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라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E.T.'를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A.I.'의 쓸쓸한 해피 엔딩은 마냥 차갑기만 했을 것이다.
★★★☆ (3.5 / 5.0)
이미지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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