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번 칸 영화제에서 기대했던 두 작품이 혹평을 받았다.
하나는 <엘리멘탈>, 하나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었다.
우려와는 다르게 <엘리멘탈>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이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맞이할 차례였다.
그리고 오늘 개봉했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주의*
본론
영화의 인트로 시퀀스는 앞으로의 기대감을 부풀리기에는 충분했다.
디에이징 기술을 이용해 구현해 낸 중년 시절의 해리슨 포드 모습을 다시 스크린에서 본 것도 모자라서, 그 중년의 해리슨 포드가 매즈 미켈슨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리고 좀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1969년의 존스 박사를 본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신기했다.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서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흘러나오는데,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전 <인디아나 존스> 작품들을 생각해본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라서 그런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하면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들은 달리는 무언가에서 일어나는 스턴트들이다.
첫 작품의 트럭 스턴트는 전설적인 장면이고, 마궁의 사원에서의 광차 시퀀스, 3편에서는 전차 격투 씬이 있었고, 4편의 펜싱 씬도 빼놓기는 어렵다.
이번 작품도 어김없이 들어간다.
초반 인트로 시퀀스의 기차 장면과 이후에 등장하는 도심 속 추격전, 모로코 삼륜차 추격전은 우리가 '인디아나 존스' 하면 기대하는 그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이후로 기대감은 모두 죽는다.
러닝타임은 엔드 크레딧을 제외하고도 2시간을 훨씬 넘어가는데, 이야기의 밀도는 전작들보다 낮다.
그러면 볼 만한 장면들이라도 더 있어야 할 텐데, 뒤로 가면 갈수록 전작들처럼 특출 난 장면은 없고, 하루 뒤면 무슨 영화를 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이다.
인디아나 존스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조연들을 사용하는 방법은 정말 나쁘다.
잠깐 등장하고, 총 맞고 퇴장한다.
단순히 플롯을 위한 장치로만 이용되고 버려진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데려와서 저렇게 소모하는게 말이나 되는가.
빌런.
매즈 미켈슨을 데려와놓고 이렇게나 매력 없는 캐릭터를 연기시켰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그냥 같이 등장하는 위르겐의 부하들과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이리나가 재평가될 때가 온 듯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화나는 점은,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헬레나 쇼'라는 비호감 캐릭터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게 이번 존스 박사의 역할이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처럼 강렬한 캐릭터를 구성해놓고 주인공을 조력자로 밀어놓으면 모르겠는데, 헬레나는 그냥 주역이란 지분을 침범한 것처럼 보인다.
디즈니나 캐슬린 케네디가 추구하는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강조하고 싶어서 우리의 존스 박사를 이딴 취급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다.
아, 테디는 마궁의 사원에 등장하는 쇼티의 오마주격인 캐릭터로 보이는데, 그냥 쇼티의 하위호환이다.
그나마 이런 불만들을 잠재워줬던 건 마지막에 등장한 매리언과 1편 로맨스 씬을 상기시켜 주는 결말이다.
<인디아나 존스>의 팬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라 흐뭇했던 건 사실이다.
결론
<포드 V 페라리>와 <로건>과 같은 걸출한 작품들을 뽑아냈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라 그나마 안심이 되었는데, 아니었다.
<인디아나 존스>는 스필버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마지막 인디아나 존스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게 참으로 마음 아픈 사실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캐릭터 중 한 명을 다시 극장에서 만났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이런 식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엘리멘탈>과 다르게,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9회말 2아웃 역전을 앞둔 순간에 날리는 헛스윙이다.
★★☆ (2.5 / 5.0)
마무리
그럼에도 별 2개 반이나 준 이유는 괜찮은 초반부 때문이다.
초반부처럼만 영화가 진행되었다면 더 좋은 점수를 줬을 텐데.
뒤늦게 생각 난 요소인데, 전작들은 모두 오프닝 크레딧에서 파라마운트 로고와 영화 도입부를 매치 디졸브를 이용해 연결했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이번작은 그런 거 없음.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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