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있다.
지난 5월 우리 집 인터넷이 고장이 났다.
폭우로 인해 바깥에 있는 무언가가 고장이 난 것이 원인이었는데, 비가 그쳐야 고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비는 이틀이나 더 왔다.
할 짓도 없어서 외장하드에 담아뒀던 영화가 뭐가 있나 확인해 봤다.
예전에 네이버에서 사두었던 영화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게 <파운더>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주의*
본론
우선 이 영화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려면 주인공 '레이 크록'에 관한 이야기를 빼먹을 순 없다.
레이 크록은 인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탐욕적인 사람이다.
맥도날드 형제가 일구어놓은 사업에 본인의 지분을 점점 늘려가며, 결국 레이 본인의 기업으로 독차지해버리고 만다.
심지어 타인의 아내도 빼앗고, 마지막 연설문도 남의 것이다.
본인이 원한다면 어떻게든 손바닥 안에 담으려는 끊임없는 야욕을 가진 레이 크록을, 우리는 좋게 볼 수가 없다.
기업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그는 굉장한 사람이다.
맥도날드라는 가게에서 창업주였던 맥도날드 형제조차 못 보았던 가능성을 보았고,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시켰다.
실패할 요인들을 가차 없이 쳐내고, 대성을 향한 길을 미친 듯이 찾아내는 모습은 비범해 보일 정도이다.
<파운더>는 이렇게 레이 크록의 성공신화를 신격화하지도, 비난 어린 눈총으로 쏘아붙이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히 레이 크록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그렇기에 레이 크록을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레이 크록 '과'의 사람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도 인상 깊다.
레이 크록과 닮은 구석이 있는 성경 외판원이나, 짧은 찰나에 기회를 포착하고 레이에게 부동산 사업을 제안하는 '해리 소더본' 같은 사람들을 보면, <파운더>가 보여주는 미국이란 자본주의 국가는 기업인 자질이 있는 자에게는 무한한 야망의 원천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개척자들이 일구어놓은 국가이므로, 이러한 개척자들이 출세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영화 내에 가장 기억에 남던 시퀀스는 맥도날드 형제가 레이 크록에게 해주던 본인들의 성공담 썰풀이 장면이다.
맥도날드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게 어떻게 작동하고, 왜 맥도날드에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씬으로 연결한 시퀀스는 탁월하다.
마치 레이 크록이 느꼈을 놀라움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결론
<파운더>는 그 무엇보다도 미국스러운 드라마를 중립적인 시각으로 담은 영화이다.
<파운더>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살아남고 어떤 사람이 뒤로 밀려나가는가에 대한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지만, 그렇다고 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는 어렵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거주민이고, 이러한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레이 크록을 인간적이지 못한 쓰레기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선뜻 그를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비난하기는 어렵다.
<파운더>는 이러한 우리의 모순된 시각을 잘 짚어냈다.
★★★★ (4.0 / 5.0)
마무리
얄팍한 지식으로 글 쓰려고 하니 참 힘들다.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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