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여러분들은 픽사 작품들을 얼마나 많이 보셨는가.
나는 장편 영화만 치면 이번에 개봉한 <엘리멘탈>까지 포함하여 15편 정도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월-E>를 최고작으로 친다.
주역들의 대사를 최대한 배제시키는 제약을 스스로 걸었음에도, 픽사의 그 어떠한 작품들보다도 미학적인 감성을 내뿜는 작품이었다.
픽사의 작품은 <인크레더블 2> 이후로 찾아본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인크레더블 2>에서는 놀라움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크레더블 2>는 뭔가 디즈니의 입김이 서린 듯한 이야기와 픽사 영화 특유의 반전 강박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듯했다.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한 편이다.
4원소설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그려낸 <엘리멘탈>은 '그 무엇보다도 픽사스러운 작품일 것이다'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직접적인 내용 언급은 거의 없으나 작품 주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본문
영화 자체는 사실 괜찮았다.
칸 영화제에서 받은 무수한 혹평에 대한 우려를 지워낼 정도로.
메타스코어 노란불 뜰 정도의 박한 평을 받을 애니메이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관 묘사는 픽사가 아니라면 할 수 없을 창의적인 장면들의 연속을 통해 해내었다.
엠버의 부모님이 처음 엘리멘트 시티에 도착했을 때 보여주던 광경과, 웨이드를 추격하는 엠버 시퀀스, 파도타기 씬과 같은 장면들은 '이걸 픽사가 아니면 누가 해낼까'와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주역 둘의 서사도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물론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삐걱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감안할 만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둘의 서사를 로맨틱한 연출이 돋보이게 해 주었다.
상극인 둘이 처음 만나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을 과하지 않게, 점진적으로 차분하게 쌓아나가는 이야기와 그에 어울리는 연출의 조응은 우리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든다.
다소 아쉬운 점은, 뭔가 픽사다운 발전은 없었다는 것이다.
<월-E>에서 주인공들의 대사를 거의 배제시키고 극을 이끄는 방식이나,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의 활용과 같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인 창의성은 모두 세계관 묘사에 소모되어 버린 것인지, 다른 방면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영화 내에 깔려있는 아시아인들의 이주 문제와 인종간 갈등 문제에 관한 대답이 픽사만이 써 내릴 수 있는 남다른 방식으로 담겨있지는 않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방식으로 짜여 있다.
<엘리멘탈>이 위의 주제를 서술한 방법은 우리가 많이 봐왔던 공식에 가깝고, 다른 영화들에서도 접할 수 있는 표현법이었다.
인종 문제와 원하는 꿈에 대한 추구를 다룬 영화들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있다.
그렇기에 <엘리멘탈>은 조금만 파고들면 익숙한 모양의 연속이다.
결론
그럼에도 <엘리멘탈>은 픽사가 아직까지는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이다.
인상 깊은 세계관과 그에 대한 뛰어난 묘사력, 그리고 우리 주위에 있는 단순한 '무언가'들을 독창적으로 변주해 내는 픽사의 힘은 여전하다.
관람하는 동안 픽사의 표현력이 돋보이던 <몬스터 주식회사>,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작품이 떠올랐다.
결론적으로 픽사다운 아이디어, 픽사다운 세계관이 담긴 애니메이션이지만 픽사 스스로의 발전은 보이지 않았던 작품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결점이 존재해도, 픽사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만나는 것은 항상 놀라운 경험이다.
★★★☆ (3.5 / 5.0)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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