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별건 아니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영화관 안이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CJ엔터테인먼트 인트로 영상이 뜨는 그 순간 관 밖을 뛰쳐나가 카운터로 갔다.
"저 그 7관 지금 소리가 안 나요"
그렇게 영화는 다시 처음부터 재생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직원분께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영화표와 팝콘 교환권을 나를 포함한 관객들에게 나눠주셨다.
난 공짜 영화표 받아서 오히려 감사했는데.
*약한 스포일러 주의*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관람
아무튼 잡소리 배제하고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여기까진 여러분들도 다 알 거라고 본다.
그러나 스필버그 감독은 단순히 본인의 회고록을 담아 나열하기보다는 현실과 이상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넣었다.
이를 통해 그가 왜 <E.T.>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 그가 어떻게 'Fabelmans'에서 'Fableman'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파벨만스>를 통해 스스로 설명했다.
<파벨만스> 속 샘에게 영화는 그의 이상이나 마찬가지다. 첫 영화라는 이상에서 느낀 두려움은 그에게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 장면은 현실로 다가온 두려움이 되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봤던 영화 속 장면을 나름대로 재현해 내어 두려움을 떨쳐낸다. 그렇게 그는 영화 제작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라는 이상을 만끽하다가 마주한 현실은 냉혹하다. 하지만 샘의 영화는 그의 이상이 가득하다. 위태로운 가족과 본인이라는 현실은 필름에 담기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를 모르는 영화 속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즐거워한다.
본인의 작품과 현실의 상황의 괴리감은 샘과 영화 간의 거리감을 증폭시켜 가고, 결국 잠시 영화에 대한 꿈을 내려놓는다.
이렇게 끝나버렸다면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감독으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샘은 영화라는 이상을 통해 현실의 두려움을 이미 한 번 극복해 낸 캐릭터이다. 영화의 해답은 이미 영화 초반에 나왔던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기이하게 여겨 이상을 내치기보단 이상을 통해 현실의 두려움을 딛고 나아가야 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를 존 포드(이자 데이비드 린치)의 입을 빌려 한번 더 이야기한다.
지평선이 아래에 있으면 그건 흥미로운 거야. 지평선이 위에 있어도 그건 흥미로운 거야. 하지만 가운데에 있으면 더럽게 재미없어. 이제 내 사무실에서 꺼져.
맞다. 앞만 보고 살면 얼마나 각박하겠는가. 가끔은 위도 바라봐주고, 아래도 바라봐줘야 한다. 그렇게 고개를 돌려 보았을때 그 곳에 존재한 건 꿈이자 이상이었고, 스필버그 감독은 우리의 고개를 돌리게 해 줄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렇게 그는 우리에게 'Fableman'이 되었다.
★★★★☆ (4.5 / 5.0)
마치며...
뭔가 머릿속에 맴도는 건 많지만 내뱉을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온전히 내가 느낀 것을 모두 털어놓기에는 나 자신에게 아직 솔직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아마 여러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게 나랑 다를 수도 있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 어땠는가.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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