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개인적으로 SF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미래의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스크린에 녹아드는 것을 항상 동경해 왔고, 세계관과 함께 풀어헤쳐지는 주제 의식들의 존재를 주의 깊게 보는 걸 좋아했다.
<크리에이터>는 그러한 선대 SF 영화의 계보를 잇는 듯한 영화처럼 보였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를 굉장히 만족해하며 봤던 지라 이번 작품도 궁금했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본론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비주얼은 성공적이고, SF 영화의 역사를 총망라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도시적 배경에는 <블레이드 러너>를, 고전적이고 로보틱한 디자인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그와 동시에 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들도 보인다.
이 모든 게 매끄럽게 어우러져 훌륭한 영상미를 뽑아내며, 정통 SF 영화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비주얼 하나로도 <크리에이터>를 영화관에서 볼 이유는 있다.
영화를 보며 눈여겨볼 포인트가 있었는데, 무기에 대한 이야기다.
서구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노매드'로, 지금 위의 사진에 있는 함선이다.
반대로 AI 측의 강력한 무기는 영화의 서브 주인공인 '알피'이다.
두 무기의 공통점은 상대의 무기를 파괴할 수 있으면서도, 아군 측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매드'의 화력은 재래식 폭탄 류에서 나온다.
'알피'의 능력은 전기를 이용한 물품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
'노매드'는 로봇뿐만 아니라 같은 종인 인간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고, '알피'또한 AI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변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적을 제거하기 위한 무기가 본인들에게도 위협적이다는 것에서 영화의 반전적 메시지가 드러난다.
두 무기가 각자의 힘을 발휘할 때도 비슷한 모습이 있다.
알피가 능력을 사용할 때 합장을 한 손을 천천히 떼는 모션을 취하는데, 이때는 노매드의 빔이 나오는 부분과 유사하게 보였다.
위용 있는 함선이나, 어린 꼬마의 형태를 한 로봇이나, 전쟁에 이용되는 무기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단점으로는 너무 여러 곳에서 차용해 온 나머지 <크리에이터>만의 색이 옅다.
특히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그 단점이 두드러진다.
두 집단 사이에서 본인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주된 플롯에서는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을, 어린아이 형태의 AI 주인공만을 따르고 사랑한다는 것과 눈물을 흘린다는 점에서는 스필버그 감독의 <A.I.>를 떠올리게 되고, 심지어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블레이드 러너>보다 훨씬 약하다.
그리고 이야기의 구조 또한 이동-위기-탈출의 반복으로, 다소 플롯이 단조로워 보이기도 했다.
여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잘 섞어놓은 비주얼 덕분에 눈은 즐거웠지만,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밖을 나오면 이전에 봤었던 SF 영화들과 뒤섞여 기억에 잘 남지 않을 영화가 되어버렸다.
위에서 언급한 주제에 대해선 혹평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에서 훌륭하게 선보인 주제를 <크리에이터>는 대충 영화 내내 흩뿌리는 식으로, 그리고 단편적으로만 전달하니 명확함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갈래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게 아닌, 한 가지 주제만 보이지만 그 주제가 흐릿하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가 충분히 생각해 본 질문에서 확장하지도 않고, 오히려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고 느껴졌다.
결론
<크리에이터>는 SF 장르라는 위치에서 더 확장된 시선을 선사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SF 장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기에는 충분한 영화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어느정도 결함이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SF 영화로서 보여줘야 할 면모를 충분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런 걸출한 이미지를 보유한 SF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크리에이터>가 그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워주긴 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공백을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충분히 대체하기도 했고.
★★★ (3.0 / 5.0)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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