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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기대한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은, <거미집> 후기

by 2월56일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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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화랑 어울리는 느낌 같아 집어넣음

서론

많은 장르를 본인만의 리듬감으로 소화해 내는 능력은 흔치 않다.
그렇기에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항상 기대를 하는 편이다.
물론 <라스트 스탠드>나 <인랑> 같은 스크래치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필모그래피는 수준급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반칙왕>의 만화적인 분위기와 <달콤한 인생>의 미려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기깔나는 오프닝과 <악마를 보았다>의 끝없는 폭주까지.
다양한 시도와 변주를 하는 김지운 감독이기에, 영화에 대한 영화인 <거미집>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본론

<거미집>은 근래 보기 드문 영화다.
극중극을 소재로 삼기도 했고, 그 대상이 한국 고전들이다.
<거미집> 속 '거미집'은 누가 봐도 한국 고전의 그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김지운 감독과 배우들은 그 포인트를 잘 살려냈다.
극 중 '거미집'의 장면과 촬영 현장을 오가는 편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유기성을 끊기는커녕 오히려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데다 <거미집>만의 아이코닉함이 돋보여진다.
이를 설계하고 구성해 내는 연출력 하나로도 <거미집>의 가치는 충분하다.

 

<거미집>은 창작자의 욕망과 열등감에 대한 고해성사를 소재로 잡은 영화다.
결말만 다시 재촬영하면 '거미집'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과 그의 발목을 거는 상황의 연속은 충분히 흥미로우며, 그 과정 속에서 열등감과 강박감에 휘감겨져 있는 '김열'이라는 캐릭터를 단계별로 축조해 간다.
그렇게 만들어 낸 '김열'의 마지막 눈빛은 우리들에게 충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을 만하다.

아쉬운 포인트는 '김열'의 심리와 압박감을 대사로 직설적이게 풀어내 영화가 다소 얕아졌다.
아마 추석에 개봉하는 영화인 만큼 많은 타겟층을 겨냥해 영화가 이런 방향을 택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거미집> 같은 영화는 특정 타겟층이 기대할 만한 영화이다.
일반적인 관객들에게는 흥미가 떨어지는 소재이고, 특정 타겟층에게는 영화의 깊이감이 약하다 보니, 양쪽 모두를 완전히 만족시키긴 어려운 작품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영화의 잔가지들이 주 플롯에 덩굴처럼 엮이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이다.
작중 '강호세'와 '한유림'의 관계나, '한유림'과 '미도'의 갈등, 과몰입하는 형사 배역처럼 영화에 잔재미를 주는 요소들은 결국 주된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소 산만해 보인다.
그렇다 보니 거미집의 촬영현장과 작중 거미집의 이야기가 점진적으로 포개져가는 내적 플롯이 느슨하게 끼워 맞추는 것처럼 보이고, 두 이야기가 일치해 가는 과정이 김열의 이야기를 제외하곤 흐릿하게 덮이는 정도라고만 느껴졌다.
위의 요소들이 직접적으로 얽혀 들어갔다면 마지막 아비규환의 대참사가 더더욱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지 않았을까.

 


결론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의 탁월함이 건재하다는 증거이지만, 몇몇 요소에서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는 점이 아쉬운 작품이다.
올해 <바빌론>이라는 굉장한 작품을 먼저 만나서일까.
<바빌론>의 마고 로비가 유성영화를 촬영할 때 생겼던 NG 시퀀스처럼 과감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 <거미집>에도 있길 바랐지만, <거미집>은 그렇지 않았다.
이건 내가 너무 기대한 탓이 아닐까 싶다.

 

★★★ (3.0 / 5.0)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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