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걸 보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그레타 거윅의 전작을 본 적도 없고, 난 남자라서 바비 인형에 대한 추억도 없다.
한마디로, 이 영화와 나와의 접점은 전혀 없다.
그럼 왜 봤냐고?
그 접점이 하나도 없으니까, 내가 이걸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주의*
본론
<바비>가 선사하는 비주얼은 수준급이다.
'바비랜드'가 어떻게 축조되었는지는 위의 스틸컷만 보아도 감이 올 것이다.
로스코 사의 핑크색 페인트를 동낼 정도의 미친 듯한 핑크의 향연은 마치 웨스 앤더슨틱한 인공적인 세트와 맞물려 상당한 영상미를 뽑아준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 채널의 광고에서 나오던 인형의 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라 다소 나에겐 약간의 어지러움이 동반되었다.
나쁜 뜻은 아니다.
그냥 내 감성 하고는 거리가 있다는 것일 뿐이다.
감성 문제로 영화의 점수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또한 라이언 고슬링과 마고 로비의 열연이 눈에 띈다.
라이언 고슬링은 평소 연기톤에서 변화를 주어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미지를 보게 되었고, 마고 로비는 비주얼만으로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바비' 그 자체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데에 페미니즘을 논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얘기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바비>는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깔고 있는 영화이다.
동시에 현대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도 존재하는 듯하다.
'바비랜드'의 켄들은 현실 세계로 보면 사회적 약자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켄은 현실 세계에서 가부장제를 배워오고, 바비랜드에 극단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의도했건 안 했건, 나에게는 이 모습이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켄들은 바비들이 만들어 온 바비랜드에 숟가락만 얹어 체제를 갈아치우려고 한다.
마치 현대 사회를 이룩한 이들에 대한 존중은 없이 무작정 '여성이 더 우월하고 현대 사회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몇몇 인원들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
특히나 켄들이 건설한답시고 벽돌을 수직으로 쌓는 씬이 눈에 걸렸는데, 능력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신념만 내세우는 이들을 대놓고 까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여성들은 과거에는 사회적 약자였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비판을 가부장제로 미러링 했다는 것이다.
남성성의 극단적인 행태인 가부장제를 가져왔기에 이분법적인 오독가능성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약자의 입장이 래디컬한 모습으로 드러나면 안 된다는 묘사를 단순히 '가부장제가 나쁜 것이다'라고만 인식하게 만들 의도가 어느 정도 보여, 사회적 비판점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영화가 취하고 있다.
물론 더 나아가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자의식에 대한 주제이다.
바비의 존재가 여자 어린이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기대와 꿈을 심어주었듯이, 영화도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바비>는 메시지를 제일 나쁜 방식으로 전달한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소모적이다.
주인공인 마고 로비의 '바비'는 물론, 라이언 고슬링의 '켄'과 바비를 만들어낸 '루스 핸들러'까지, 영화 후반부에 도달해 주제를 대사로만 풀어낸다.
캐릭터를 영화 내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들기보단, 등장인물들을 모두 메시지에 귀속시켜 놓아서 말 그대로 인형으로 만들어놓은 수준에 가깝다.
특정 시퀀스가 있는데, 영화가 말하는 주제와 따로 논다.
바비랜드에 오게 된 인간 둘(캐릭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중 엄마의 캐릭터가 현대 여성이 겪는 고충을 그대로 이야기하는데, 이 캐릭터가 세뇌된 바비들을 계몽시킨다.
주제에 페미니즘을 녹이는 선택 대신 따로 양립시켜 놓는 방향을 채택해 영화의 알레고리가 난잡해 보인다.
위의 두 단점의 조화로 인해, 메시지에 영화가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결론
<바비>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매트릭스>의 패러디나 오마주 같은 장면이 있다고 해도, 영화가 가진 가치와 본질보다는 메시지를 부각한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본 건 맞는데, 먹히지도 않는 설교만 얻어맞고 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물론, 몇몇 상황에서의 연출력은 상당한 편이라 전작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이 궁금해진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레타 거윅의 <바비>는 감독이 영화의 가치를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밑에 두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정도라 이전 작품과 차기에 나올 작품들을 보기 껄끄러워진건 부정하기 어렵다.
★★☆ (2.5 / 5.0)
마무리
왓챠에 바비 코멘트란 봤는데, 아주 주접을 떨고 지랄났다.
쟤들은 다른 성별 혐오하는게 즐겁나보다.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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