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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오펜하이머> 후기

by 2월56일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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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가 개봉했다.
영화의 바탕이 되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먼저 읽어보고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귀찮다는 변명을 시간이 없다는 자기 합리화로 덮어씌우는 바람에 영화부터 보게 되었다.
아무튼 놀란 감독의 신작은 어떨까.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주의*


본론

<오펜하이머>에게 받은 첫인상은 굉장했다.
놀란 감독의 플롯 놀음은 여전히 화려했다.
 
몇몇 시간대를 과감하게 오가면서 진행되는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는 자칫 난잡해 보일 수도 있는 위험을 가졌지만, 훌륭한 완급조절과 충분한 설명을 통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혼선을 빚지 않는다.
2020년에 개봉했던 <테넷>에서의 플롯은 놀란 감독의 과시에 가까웠었다.
그러나 <오펜하이머>의 플롯은 차분하고 정제되었지만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감과 놀란만의 색이 진하게 드러난다.
 

<오펜하이머>는 철저하게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펜하이머의 야망, 죄책감, 혼란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탐구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세계대전으로 미친 듯이 불타는 세상을 진화할 빗물을 연구했지만, 인류를 자멸시킬 더 큰 불을 탄생시키는 바람에 자책감과 매카시즘이라는 시대의 타겟이 되어 간을 쪼아 먹히게 된 오펜하이머의 복잡한 심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는다.
 
놀란 감독의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대개 심리적인 고찰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은 원작이 있었기에 그러한 단점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인셉션>과 <테넷>과 같은 작품들은 인물 조성에 있어서 놀란의 약점이 드러나는 영화들이었다. (<메멘토>는 괜찮았다.)
<오펜하이머>는 그러한 단점조차 메워버린 작품이다.
 
물론 오펜하이머에게만 집중하느라 조연들의 심리는 등한시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몇몇 조연들은 영화를 보는 중에도 기억에 남지 않았고, 초반 진행이 너무 빠른 게 흠이긴 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트리니티 실험 이후에 지루했다는 반응이 많은 게 이해는 갔지만, 동의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1시간이 나에겐 더 압도적인 경험이었다.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쳤다는 이야기보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더 인상 깊은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1시간에선 오펜하이머의 내면의 혼란과 죄악감이 놀란 감독의 연출과 플롯 마법을 통해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그렇게 마지막에 다다른 엔딩 씬은 놀란 감독 필모그래피의 최고점을 찍은 엔딩 장면이다.
개인적으론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의 엔딩보다 더 훌륭한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결론

긴 말 필요 없다.
현재까지 <바빌론>, <파벨만스>와 함께 올해 개봉작 탑 3 안에 드는 작품이다.
<오펜하이머>를 통해 놀란은 1대 영신 스필버그에 이어서 2대 상업영화 영신 유력후보가 되었고 본다.

★★★★☆ (4.5 / 5.0)

 


마무리

뭔가 <오펜하이머>의 마지막 대사는 오펜하이머 스스로가 느낀 두려움이나 앞으로 벌어질 냉전과 본인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 보다도 오펜하이머가 제4의 벽을 넘어 관객에게 하는 첫마디이자 경고처럼 느껴졌다.

I believe we did.

여기서 'we'가 단순히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가 아닌, 3시간 동안 오펜하이머의 시선을 따라간 관객들도 포함이 된다고 느껴진 건 나뿐인 건가.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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