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번에도 한국 여름영화 '빅 4' 중 하나로 글을 날려먹을 셈이다.
그중 가장 개봉 전 우려가 많았던 <더 문>을 어제 봤다.
사실 어제 쓰려고 했는데 귀찮고 피곤해서 안 썼다.
아무튼 <더 문>은 어떨까.
과거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받은 비판들을 수용하고 개선하여 K-그래비티라는 칭호를 얻어냈을까?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주의*
본론
과거 윤제균 감독님의 <귀환>이 시나리오 유출... 아니 시나리오의 밀도가 낮아서 영화 제작이 무기한 연기 혹은 취소된 것을 기억하는가.
<더 문>은 <귀환>의 대체 역사나 마찬가지다.
시도 → 실패 → 시도 → 실패의 무한한 연속이 만들어낸 누구나 예측가능한 서사와 '공업적 최루법'의 조화가 영화의 완성도를 처참하게 깎아내린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모든 부분이 과도하게 감성적이기만 하다.
차가운 우주에 대한 이성적인 태도를 영화가 보여주기보단 뜨거운 감정적 호소를 영화 내내 부담스러울 정도로 흩뿌리니, 눈물을 자극하려고 만들어낸 장면에선 오히려 실소가 나왔다.
물론 신파 요소가 무작정 욕을 먹어야 하는 요소는 아니다.
<주먹이 운다>를 예로 들어보자.
<주먹이 운다>는 철저하게 주역들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설득력 있게 감정을 쌓아나가 마지막에 그 감정을 터뜨리는, 신파적 요소가 효과적으로 발동한 경우이다.
그러나 <더 문>은 어떻게든 눈물 한 번 더 내보겠다고 설득 없이 이것저것 스크린에 갖다 대고 있다.
과거 <신과 함께 - 죄와 벌>에서 했던 그걸 그대로 시도하고 있다.
혹독하고 자비없는 우주라는 공간에서 인류애만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만, 한국 영화에서 끊임없이 비판받는 억지스러운 감정 과잉이란 방식을 통해 장황하게 펼쳐놓아야 할 이유가 정말로 있었을까.
그래도 장점이 돋보이긴 한다.
덱스터 스튜디오가 놀라운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인다.
초반 나래호 폭발 장면과 멧돼지 CG가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CG에서 불과 털 질감 묘사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감안하고 봤다.
중반부 달에 유성우가 충돌하는 장면은 영화의 단점을 잠시 잊게 만들어줄 정도였다.
위의 스틸컷이 그 장면이다.
영화 끝나고 저 장면만 생각났다.
결론
김용화 감독님의 전작들인 <신과 함께> 시리즈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비평적으로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보니, 한 명의 창작자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더 문>을 통해 보여주지 않을까 와 같은 기대를 품기는 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더 문>은 개선은 없고 우려했던 모든 요소를 그대로 안고 나온 영화이자, 덱스터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로만 남게 될 작품이다.
그리고 <그래비티>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냥 그렇다고.
★★ (2.0 / 5.0)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영화 >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 (0) | 2023.08.19 |
---|---|
<오펜하이머> 후기 (0) | 2023.08.15 |
<비공식작전> 후기 (0) | 2023.08.03 |
<밀수> 후기 (0) | 2023.07.26 |
<인시디어스: 빨간 문> 후기 (0) | 2023.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