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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53

켄 로치는 아일랜드를 어떻게 보았는가,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켄 로치의 영화가 영화계에서 호의적인 평을 듣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사실 켄 로치의 영화를 이번에 처음 봤다. 켄 로치는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에 보게 된 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이다.은 영화 전체적으론 건조함이 깔려있지만, 감정적이고 고온적인 관점에서 시작하여 점차 이성적이고 차갑게 식어가는 영화이다. 벨파스트 협정 이전까지는 영국군과 아일랜드 측의 대립으로 영국군의 악행들을 여럿 묘사해나가는데, 이 묘사가 상투적인 표현이라 어떨 때는 한국 영화에서 흔히 시도하는 감정을 앞세운 연출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벨파스트 협정 이후에 영화는 아일랜드를 어떻게 대할까. 관객을 아일랜드의 편으로 이끌던 영화가 점차 냉소를 통해 아.. 2024. 6. 15.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누구인가, 영화 <송곳니>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  영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될 이름이 있다. 콜린 패럴... 이 주연으로 나왔던 '더 랍스터'와 '킬링 디어'를 만들어 낸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그 이름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극한으로 절제된 감정과 먼지 한 톨까지 계산한 듯한 깔끔한 세트, 이와 대조되는 기괴한 이야기와 과격한 묘사가 그런 것이다. '송곳니'는 앞 문장에 부합하는 영화이다.영화는 갖다 버린 언어의 사회성과 필름 그레인의 거친 질감으로 시작한다. 단박에 이 영화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첫 시퀀스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후의 장면들보다도 더 인상 깊은 장면들로 머릿속에 남아있다.개에 대한 메타포가 눈에 띈다. 영화의 영제가 Fang이 아닌 Dogt.. 2024. 6. 15.
시대의 전설이 전해주는 자전적인 이야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서론 가능하지 못하리라고 했던 무언가가 현실로 이루어지면 어떠겠는가. 의 개봉은 내게 그런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화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한 지 약 7년이 되었다. 본 영화는 800편이 넘어갔고, 그중 별 5개를 부여한 작품은 40개이다. 비율로만 따지면 많은 작품에 별 5개를 줬는데, 그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만 4개이다. 자연스럽게 하야오 감독의 새 작품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갔고, 오늘 소원이 이루어졌다. 여러분들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 작품을 얼마나 고대해 왔는가.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솔직해져야겠다. 첫인상이 굉장히 당혹스러운 건 인정해야겠다. 하야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 영화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렇다 보니 당최 어느 측면으로.. 2023. 10. 26.
아버지와 지옥 그리고, <화란> 서론 평소에 느와르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는다. 내 개인적인 영화 취향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코르네토 삼부작 같은 영화에 열광하다 보니, 거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듯한 느와르 장르에 대해선 손이 잘 안 간다. 그렇다고 안 본다는 건 아니고. 좋은 작품이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 그렇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본론 은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나는 듯한 영화다. 비교 대상으로 적절하지는 않지만 로버트 에거스의 가 온갖 해초에 휘감겨 좌초된 생선에게서 나는 비릿한 냄새라면, 은 새벽녘 저수지에서 건져 올린 민물고기를 손질하고 버린 내장에서 나는 듯한 비릿함이 느껴진다. 그만큼 은 날것의 질감이 확실한 영화다. 그렇다고 뜨겁게 폭주하지도 않는다. 표면은 잔잔하지만 표면 아래는 경.. 2023. 10. 12.
그래도 SF 장르에 충실한, <크리에이터> 후기 서론개인적으로 SF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미래의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스크린에 녹아드는 것을 항상 동경해 왔고, 세계관과 함께 풀어헤쳐지는 주제 의식들의 존재를 주의 깊게 보는 걸 좋아했다. 는 그러한 선대 SF 영화의 계보를 잇는 듯한 영화처럼 보였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를 굉장히 만족해하며 봤던 지라 이번 작품도 궁금했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포함*본론가 제공하는 비주얼은 성공적이고, SF 영화의 역사를 총망라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도시적 배경에는 를, 고전적이고 로보틱한 디자인에서는 시리즈를, 그와 동시에 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들도 보인다. 이 모든 게 매끄럽게 어우러져 훌륭한 영상미를 뽑아내며, 정통 SF 영화라는 역할을 .. 2023. 10. 4.
기대한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은, <거미집> 후기 그냥 영화랑 어울리는 느낌 같아 집어넣음 서론 많은 장르를 본인만의 리듬감으로 소화해 내는 능력은 흔치 않다. 그렇기에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항상 기대를 하는 편이다. 물론 나 같은 스크래치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필모그래피는 수준급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의 만화적인 분위기와 의 미려함, 의 기깔나는 오프닝과 의 끝없는 폭주까지. 다양한 시도와 변주를 하는 김지운 감독이기에, 영화에 대한 영화인 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포함* 본론 은 근래 보기 드문 영화다. 극중극을 소재로 삼기도 했고, 그 대상이 한국 고전들이다. 속 '거미집'은 누가 봐도 한국 고전의 그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김지운 감독과 배우들은 그 포인트를 잘 살려냈다. .. 2023. 10. 3.
'닛산 V 카파'는 될 수 없었던, <그란 투리스모> 후기 서론개인적으론 심레이싱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그나마 심레이싱에 어느 정도 가까운 '포르자 호라이즌 5'를 270시간 넘게 하긴 했지만, 튜닝도 직접 안 하고 유명 튜너들이 만들어 놓은 거 받아서 썼었다. '아세토 코르사'도 조금 해봤었다. 물론 휠이 없어서 오래 하지는 못했다. 심레이싱 장르 자체가 엑박 패드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본론 들어가기 전에, 포스터에 저 덕업일치라고 써놓은 담당자는 대체 뭔 생각으로 저걸 써놓은 걸까.*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주의*본론는 참 기묘한 영화다. 카메라에 차량과 트랙이 잡혔을 때는 닐 블롬캠프 특유의 패기 넘치는 연출과 레이싱이 시너지를 이루지만, 드라마를 포착하는 순간부터는 2000년대에 나오던 흔해 빠진 성장 영화가 .. 2023. 9. 23.
불안과 잠식, <잠> 후기 서론최근에 이사하느라 몸도 마음도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다. 이번 주가 되어서야 좀 회복이 되었다. 다시 멀쩡해졌으니, 영화관 출석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을 보고 왔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스포일러 주의*본론은 A24의 호러를 연상시키는 영화이다. 심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나가며, 기괴한 분위기와 음악으로 극을 이끄는 모습이 마치 나 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별개로 영화가 불안을 전달하는 방식은 훌륭하다. 1장의 마지막에 냉장고 소리를 이용한 장면이나, 2장에서의 사골국을 뒤엎는 장면처럼 관객의 상상을 건드리는 연출은 섬세하면서도 섬뜩함을 안겨준다. 이 영화에 대해 논하는 데에 인물을 빼놓기는 어렵다. '수진'은 독특한 캐릭터다. 단순 내면의 불안으로 미쳐가는 것이 독특한 게 아니.. 2023. 9. 7.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 서론 굉장히 늦게 봤다. 오늘 시험이 끝나자마자 영화관에 갔다. 는 엄태화 감독님의 전작인 과는 완전히 정반대에 위치한 영화 같아 보여 흥미롭기도 했고, 그렇기에 우려도 있었다. 관람한 후에는 이러한 우려가 그냥 기우였었다. *본인 주관이 가득 포함되어 있음* *스포일러 주의* 본론 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영화이다. 재난 이후의 인류애만을 부각하여 억지눈물을 쥐어짜지도 않고, 상황을 무작정 감정적으로 몰고 가지도 않는다. 냉정하고 차가운 영화이다. 물론 의 이야기는 관객의 예상을 전복시키는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이미 라는 걸출한 작품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강렬함을 충분하게 내비치고, 주제의식을 확고하게 내세우는 영화이다. 또한 외부와 내부의 대립, .. 2023.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