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4학년의 첫 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대학 생활 4년 하면서 내가 뭘 해왔는가 생각을 쭉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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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한테는 생각할 만한 추억이 없다.
게다가 남들 다 있는 자격증조차 마땅한 거 하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얼마 안 가서였다.
심지어 나는 다음 학기가 지나면 졸업인데도 말이다.
24년 살면서 위기감이라는 단어는 그냥 어디 먼 나라 얘기일 거라고 여긴 나는 처음으로 발목을 잡는 뭔가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 해야 했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건 전산세무, 전산회계였다.
어머니께서 취득하는데 1년이나 소모된 그 자격증 말이다.
참고로 나는 경제학과다.
그렇다 보니 회계 관련 용어가 좀 익숙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https://cafe.naver.com/parksamaccount
박쌤 전산회계 : 네이버 카페
전산세무회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재능기부로 인강을 공유하고 공부하는 카페입니다
cafe.naver.com
6월 말
아무튼 전산세무 2급, 전산회계 1급을 목표로 한 나는 이 카페에 가입해서 강의를 들었다.
전산회계 2급 이론부터 강의를 들었는데, 전회 2급 책은 구입하지 않았다.
두꺼운 노트 하나 구입해서 하나하나 필기해 가면서 강의를 들었다.
필기만으로도 하루에 샤프심 2개를 갈아 치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전회 1급, 전세 2급 이론 강의까지 들었다. (전회 1급, 전세 2급은 책 사서 들었다.)
강사님께서 설명 잘해주신다.
이해에 어려움은 그다지 없었다.
다 듣고 나서 뭔가 더 들을 만한 강의를 찾아봤다.
원큐아카데미라는 채널에 이런 영상이 있었다.
세무 2급에서 나오는 사원등록이랑 연말정산은 이 채널 영상들 보고 감이 확실히 잡혔다.
그렇게 소모된 기간은 3주.
시험까지는 약 한 달 정도 남았다.

7월
기출문제도 박쌤 책을 사서 풀었다.
물론 수록되지 않은 기출문제는 한국세무사회 사이트 들어가서 받아 풀었다.
90회를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30점가량 나왔다.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대부분 같은 기출문제를 2번 이상 풀고 시험 치러 가던데, 나는 그냥 85회부터 108회까지 쭉 풀었다.
2번 이상 풀 자신은 없었다.
중간중간 이론에서 깨지는 부분 있으면 이론강의 다시 듣고 이랬다.
8월 5일, 시험 당일
108회를 이날 아침에 풀어봤다.
전세 2급은 불합격될 점수, 전회 1급은 80점 넘게 나왔다.

최근 합격률들이 모두 높은 편은 아니긴 했어도 바로 직전 회차 기출을 말아먹었으니, 불안감과 걱정이 바위가 되어 가슴팍을 누르는 듯했다.
근데, 걱정과는 달리 문제가 어렵진 않았다.
항상 전세 2급 기출을 풀 때, 이론에서 5개는 틀려먹었지만 이번 109회는 예상보다 쉽게 나온 편이라 이론은 무난하게 넘어갔고, 실무 쪽도 다 맘 편히 치고 나올 난이도였다.
오히려 이론 쪽은 전회 1급이 더 어려웠다.
둘 다 풀고 30분 이상 남아서, 2번 검토하고 나왔다.
그러고 다음날 가채점을 해봤는데 둘 다 80점 이상 나왔다.


8월 6일 ~ 18일
전세 전회를 준비하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시험은 AT자격시험이다.
찾아보니까 내용은 같은데 쓰는 프로그램만 다르다길래 바로 원서접수했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2개 합 7만 원이 넘는 응시료는 재앙과도 같았지만, 그래도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FAT 1급은 무난했다.
프로그램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니까 기출문제 매길 때마다 70점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문제는 TAT 2급.
끔찍했다.

이론에서 반 이상을 날려먹고 실무파트로 넘어가니, 기출문제를 매겨보면 모두 70점 미만의 점수만 나왔다.
아마 준비하면서 한두 번 빼곤 모두 70점 밑으로 나왔다.
게다가 전세 2급에서 못 보던 유형들의 연속이라 머릿속이 혼란 그 자체였다.
그렇다 보니, AT시험 준비는 거의 체념했었다.
8월 19일
시험 당일 일어나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옆에는 폰을 고정시킨 삼각대가 서있고, 머리는 멍했다.
TAT 2급은 뭐, 반쯤 풀다가 망했구나라고 확신했다.
사원등록 문제에서 손주까지 등록하라는 문제는 내 머릿속 어느 곳에도 데이터로 존재하지 않았다.
다 풀고 나니 한 30분쯤 시간이 남았다.
그냥 완전히 체념하고 시험 종료 눌렀다.
FAT 1급은 쉬웠다.
풀면서 이거 무조건 붙겠구나 싶었다.
8월 24일
시험 끝내놓고 뭐 할까 찾아보다가 타르코프 초기화했다길래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멘탈 털려가면서 탈콥하다보니 전세전회 시험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다.

가채점한 대로, 합격했다.
한 달 반만의 결과가 합격으로 돌아왔다.
근데 그다지 기쁘진 않았다.
이미 가채점하고 확신해서 그랬을 듯.
이제 AT시험 결과만 남았다.
8월 26일
8시 50분, 이미 기대는 없었다.
TAT 2급은 조져놔서 합격했을 거라는 믿음이 없었고, FAT 1급은 붙으리라 확신했으니까.
그냥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TAT 2급은 재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9시를 기다렸다.
9:00
합격자 발표를 눌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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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발 이게 왜 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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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 ㅆㅂ!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점수가 나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대체 저 점수가 어케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게 내 두 달 정도의 여정이다.
길고 영양가도 없는 글 읽어주느라 감사하고 여러분들도 앞으로 치는 시험 다 붙길 바란다.
유난히 덥고 비 많이 내리던 이번 여름에 109회 전세, 전회와 65회 AT시험 준비하셨던 모든 분들께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 올린다.
ㅂㅂ